
춘천 도심 한가운데 자리했던 캠프페이지는 1951년부터 2005년까지 무려 54년 동안 춘천 시민들의 삶과 도시의 공간 구조에 큰 영향을 끼쳤다. 한때 미군기지였던 이 공간은 오랜 세월 외부로부터 폐쇄된 채 남겨졌고, 2005년 반환된 이후에도 여전히 개발과 활용 방안을 놓고 시민적 관심과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춘천시가 오는 11일까지 시청 1층 로비에서 개최 중인 ‘캠프페이지, 도시의 전환과 기억’ 전시는 단순한 과거 회고를 넘어 도시의 미래를 향한 시선을 담고 있어 의미가 깊다. 이번 전시는 미국 독립기념일인 7월 4일에 맞춰 개막되었으며, 미군기지 반환과 도시재생의 연결고리를 시민과 함께 되새기는 자리로 마련되었다.
특히 이날 류종수 전 춘천시장이 20년 전 캠프페이지 반환 당시 미군 측으로부터 받은 감사패를 시에 기증한 일은, 캠프페이지 반환이 단지 군사시설의 철수를 넘어서 지역과 국가 간의 관계 속에서 이루어진 역사적 사건이었음을 상기시켜 준다. 성조기와 태극기가 함께 새겨진 이 기념패는 한 시기의 종료와 또 다른 시대의 출발을 상징하는 유물이다. 류 전 시장이 20년간 이를 보관해오다 시민과 공유하겠다는 결단은, 과거의 의미를 시민사회와 함께 되새기고자 하는 진심의 표현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캠프페이지는 아직 춘천 시민의 품으로 완전히 돌아온 것이 아니다. 부지 반환 이후 2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지만, 공간의 재탄생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류 전 시장이 강조한 대로, 캠프페이지는 단순한 공원이나 개발지가 아닌, 첨단산업과 문화가 어우러진 도시재생혁신지구로 거듭나야 한다. 이는 과거의 기억 위에 세워지는 미래 도시의 비전이며, 춘천이라는 도시가 다시 한번 도약할 수 있는 중요한 전환점이기도 하다.
육동한 시장이 말했듯, 이번 전시는 단순한 과거사 정리 차원을 넘어 시민의 이해와 공감 속에서 도시재생 정책을 현실화하기 위한 소통의 장이다. 도시는 과거의 흔적 위에 미래를 세운다. 캠프페이지라는 거대한 공간을 둘러싼 논의와 실천은 단지 건물 몇 채를 짓는 개발 계획이 아닌, 도시의 정체성과 공동체의 미래를 함께 설계하는 일이다.
춘천시는 이제 시민과 함께 캠프페이지의 미래를 진지하게 상상하고 실행에 옮겨야 한다. 54년간의 기록을 되짚은 이번 전시가 단지 과거를 박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도시의 미래에 대한 시민적 공론과 상상을 촉진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역사의 공간은 기억을 넘어 책임과 비전으로 완성된다. 캠프페이지는 지금, 춘천의 미래를 묻고 있다.